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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1. 개요

1. 개요[편집]

액귀는 동아시아 전승에서 전해지는 대표적인 원귀 가운데 하나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의 영혼이 만들어내는 강한 음기의 귀신이다. 특히 목을 매어 죽은 자의 혼령이 해당 형태의 액귀로 전해지며, 단순한 유령이 아니라 생전의 극심한 원한과 자책, 미련이 복합되어 형성된 존재로 간주된다.

이 귀신은 죽은 장소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일대를 배회하며 살아 있는 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액귀가 머무는 장소는 기운이 극단적으로 어두워지고, 주변에 거주하거나 머무는 사람들은 점차 정서적 불안, 극심한 우울, 자살 충동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액귀가 지닌 음기가 매우 강력하여 생명의 흐름을 역행시키고, 사람들의 생기를 갉아먹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액귀는 흔히 '죽음을 옮기는 혼령'으로 인식되며, 자신이 죽은 방식 그대로 다른 사람을 따라 죽게 만들어 또 다른 액귀를 생성하는 무한한 사슬을 형성한다. 액귀는 타인의 마음속 깊은 절망을 파고들어 서서히 자존심과 의욕을 무너뜨린다. 처음에는 단지 우울함이나 무기력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상은 자신이 쓸모 없는 존재라 느끼게 되며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액귀가 머무는 공간은 일반적으로 그 귀신이 생전에 목을 맨 장소로, 이곳은 흔히 음습하고 공기 흐름이 정체되어 있으며, 동물들이 가까이 가지 않거나 식물이 말라 죽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이런 곳을 꺼리며, 옛사람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풍수지리를 보거나 제사를 지내어 액귀를 달래려 하였다.

이 귀신은 다른 요괴나 정령에게도 위협이 되며, 인간 이외의 존재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요재지이』에 전하는 고사에는 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 남경에 사는 장씨가 소유한 2층집에 액귀가 나타나 사람들을 연이어 죽게 하자, 그는 아예 2층을 폐쇄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을 여우라 칭하는 젊은 서생이 찾아와 2층에 묵게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장씨는 이 인물이 인간으로 둔갑할 정도의 요력을 지닌 여우라고 판단하여, 2층 방을 내어주었다. 그러나 며칠간 떠들썩하던 2층은 어느 순간 조용해졌고, 장씨가 올라가 보니 서생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목을 맨 누런 여우가 죽어 있었다. 이는 강한 요력을 지닌 여우조차 액귀의 음기에 굴복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전해진다.

이처럼 액귀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달래거나 물리칠 수 없는 영적 존재로 분류되며, 그 대응은 민속신앙과 의례, 강력한 벽사 능력을 지닌 존재들의 개입 없이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음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이 귀신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 내면의 절망을 무기로 삼아 현실에 작용하는 존재로 동아시아 전승에서 오랫동안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