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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1. 개요

1. 개요[편집]

역귀는 민간 신앙에서 전염병을 퍼뜨린다고 여겨졌던 귀신이다. 과거에는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나 치료법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병이 돌 때 이를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초자연적 존재의 징벌로 해석하였다. 그 결과, 전염병이 발생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의 짓이라 여겼고, 그 귀신을 바로 역귀라 불렀다.

역귀는 벽을 따라 움직인다고 믿어졌기 때문에, 병자나 주변 사람들을 벽 근처에 접근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이는 단순한 금기나 주술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에게는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으며, 역귀가 벽을 타고 다닌다는 소문은 사람들의 공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역귀를 물리치기 위한 다양한 풍습과 방비책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붉은 콩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붉은색은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여겨졌고, 콩 역시 재앙을 막는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팥죽이나 팥밥을 지어 먹는 풍습이 널리 퍼졌으며, 집의 문에 붉은 천을 걸어두는 행위도 역귀를 집 밖으로 내쫓는 방편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풍습은 동지나 정초처럼 음의 기운이 강하다고 여겨지는 시기에 특히 강조되었다.

이처럼 역귀는 단순히 상상 속 존재에 그치지 않고, 당시 사람들이 질병과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표상이라 할 수 있다. 그 존재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공동체가 함께 병을 이겨내기 위한 정신적 대응 방식의 일환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