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령

가톨릭 교황이 로마를 중심으로 하여 이탈리아 중부 일대를 지배한 국가.

천년 이상 이탈리아 중부 일대를 지배했으나 1870년 이탈리아 왕국의 통일전쟁으로 멸망했는데, 1929년 라테라노 조약을 통해 로마 시대의 바티칸 성당 구역을 다스리는 미니국가 바티칸 시국으로 부활했다.

6세기 로마 제국(동로마 제국)이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일대를 탈환하여 교황은 동로마 황제의 영향 아래 들어갔다.

그러나 랑고바르드족의 북이탈리아 침공으로 인해 동로마의 이탈리아 지배는 타격을 입었고, 라벤나 총독부를 설치하여 방어선을 유지했으나, 동로마의 직접적인 통치력은 갈수록 약화되었다.

이에 교황은 점진적으로 자치권을 강화하여 이른바 로마 공국이라는 비공식 영지의 지배자로 거듭났고, 랑고바르드 왕국이 라벤나를 함락시킨 이후에는 프랑크 왕국을 동로마를 대신할 새로운 동맹으로 선택했다.

756년 프랑크인의 왕 피핀 3세의 기증을 통해 그동안 교황이 다스리던 비공식적 영지와 새롭게 획득한 영지는 공식적인 교황의 영지, 즉 교황령이 되었다.

초기 교황령은 프랑크 왕국과 그 뒤를 이은 중프랑크, 이탈리아 왕국, 신성 로마 제국의 구성국이었으나, 지속적인 교황권 강화와 서임권 튀쟁을 거쳐 제국에서 완전히 독립된 국가가 되었다.

1798년 프랑스 제1공화국 군대가 교황령을 점령하고 괴뢰국인 로마 공화국을 수립했다가 1799년에 나폴리 왕국의 개입으로 축출되고 교황령이 복원되었다.

1804년 프랑스 통령(집정)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교황을 로마에서 파리까지 끌고간 후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자신의 손으로 제관을 쓰는 대관식을 거행, 프랑스인의 황제 나폴레옹 1세로 즉위했다.

1809년 나폴레옹은 교황령을 점령하여 프랑스 제국의 직할령으로 병합했고, 1814년 그가 몰락하면서 교황령이 다시 복원되었다.

이탈리아 통일운동이 한창이던 1848년, 로마에서도 주세페 마치니 등이 주도하는 혁명이 일어나 교황 비오 9세가 축출되었고, 1849년 로마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로마 공화국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루이 나폴레옹의 프랑스 제2공화국 군대에 의해 무너졌고, 1년간 붉은 추기경이라 불리는 3명의 추기경이 대리통치하다가 1850년 비오 9세가 로마로 귀환하여 교황의 직접 통치 체제가 부활했다.

비오 9세는 자유주의와 민족주의를 억압하며 교황령을 유지하려 했으나, 신생 이탈리아 왕국과 주세페 가리발디의 붉은 셔츠단 등을 막기엔 역부족이었고, 교황령의 영역은 로마와 그 교외 지역으로 구성된 라치오 일대로 쪼그라들었다.

교황령은 프랑스 제2제국 군대를 주둔시키며 이탈리아 왕국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았으나, 1870년 보불전쟁으로 인해 프랑스 제국군이 철수하자 이탈리아 왕국군이 로마에 진주, 주민투표를 통해 이탈리아 왕국으로의 합병을 의결하며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1870년 이후 교황들은 스스로 바티칸의 포로를 자처하며 통일 이탈리아 왕국과의 대화를 거부했고, 검은 귀족이라 불리는 로마의 전통 귀족 세력이 이를 지지했다.

1922년 로마 진군을 통해 이탈리아 왕국의 정권을 장악한 베니토 무솔리니는 1929년 라테라노 조약을 체결, 로마 시에서 바티칸 구역을 분리하여 바티칸 시국을 독립시키면서 교황령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영역으로나마 부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