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랴크스키 산

러시아의 얼어붙은 극동, 광활한 대자연의 땅 캄차카 반도에는 거대한 화산이 솟아 있다. 바로 코랴크스키 화산이다. 이 화산은 캄차카 지방의 중심 도시,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높이 3,456m. 가파른 경사와 늘 눈으로 덮인 봉우리는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그러나 이 웅장한 풍경 속에는 조용히 힘을 품고 있는 활화산의 본성이 있다.

코랴크스키는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폭발적인 분화를 일으켜 왔다. 최근의 분화는 2008년. 하늘 높이 치솟은 화산재 구름이 이 거대한 산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과거의 용암 흐름은 산비탈을 따라 검은 흔적을 남겼고, 곳곳에서는 아직도 지열과 가스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이 화산은 아바친스키 산과 함께 ‘10년 화산(Decade Volcano)’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이 화산이 학문적으로 중요한 연구 대상이며, 동시에 주변 인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화산은 위대한 창조자이자 파괴자. 그리고 그 힘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에게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위험 지대가 아니다. 화산이 남긴 비옥한 토양 위로 다양한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 강한 생명력으로 뿌리를 내린 식물들이 자라고, 캄차카 특유의 야생 동물들이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다. 코랴크스키 화산. 그것은 수천 년 동안 이 땅을 지켜온 거대한 존재다.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자연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코랴크스키 산은 태평양 불의 고리에 위치한 화산으로, 태평양 판이 유라시아 판 아래로 연간 약 80mm씩 섭입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이 섭입 과정에서 맨틀 내에서 형성된 마그마가 캄차카 반도 전체의 활발한 화산 활동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코랴크스키 산은 수만 년 동안 화산 활동을 지속해온 것으로 추정되며, 지질학적 기록에 따르면 지난 10,000년 동안 세 차례의 주요 분화(기원전 5500년, 기원전 1950년, 기원전 1550년)가 발생했다.

이들 분화는 주로 유동성이 높은 용암이 흘러나오는 '유출형(화산쇄설류가 적은) 분출'이 중심이었으며, 광범위한 용암류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난다.

코랴크스키 산에서 기록된 첫 번째 분화는 1890년에 발생했다. 이때 화산 남서쪽 사면에서 균열이 열리며 용암이 분출되었고, 수증기 폭발이 동반되었다.

1895년에도 분화가 발생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후 연구 결과 당시 목격된 것은 분출된 화산재가 아니라 강한 푸마롤(화산의 증기 분출) 활동으로 생성된 수증기였음이 밝혀졌다.

1926년에는 짧지만 중간 규모의 폭발적 분화가 있었으며, 이후 1956년까지 휴면 상태를 유지했다. 1956년의 분화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VEI(화산 폭발 지수) 3등급의 폭발을 기록했으며, 화산쇄설류와 라하르(화산이류)가 발생했다. 이 분화는 1957년 6월까지 지속되었다.

이후 오랜 기간 눈에 띄는 활동이 없던 코랴크스키 산은 2008년 12월 29일, 6,000m 높이의 화산재 기둥을 내뿜으며 다시 분화했다. 이는 약 3,500년 만에 발생한 대규모 분화로 기록되었다.

코랴크스키 산은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화산 활동이 인구 밀집 지역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1996년, 유엔의 국제 자연재해 경감 10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바친스키 산과 함께 ‘10년 화산(Decade Volcanoes)’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