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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1. 개요2. 칼데라의 형성: 불의 심장에서 비롯된 붕괴3. 칼데라의 종류
3.1. 폭발적 칼데라3.2. 비폭발적 칼데라: 조용한 침몰, 그러나 거대한 변화3.3. 칼데라의 재생: 솟아오르는 새로운 땅
4. 칼데라의 유산: 파괴와 창조의 경계에서5. 관련 문서

1. 개요[편집]

칼데라 | 陷落地 | Caldera

태초부터 지구의 깊은 곳에서는 뜨거운 마그마가 끊임없이 솟구치고, 거대한 힘이 지각을 밀어 올려 화산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때때로 대지는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거대한 함몰을 남긴 채 붕괴한다. 이 거대한 함몰이 바로 칼데라라 불리는 자연의 거대한 상흔이다.

2. 칼데라의 형성: 불의 심장에서 비롯된 붕괴[편집]

파일:Mount_Mazama_eruption_timeline.png
칼데라의 형성 과정
칼데라는 일반적인 화산 분화구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를 자랑한다. 그것은 단순한 폭발이 아니라, 지각 아래 거대한 마그마 저장소가 비워짐으로써 발생하는 대지의 붕괴로 탄생한다.

격렬한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단기간에 분출된다. 이로 인해 지하 깊숙이 자리한 마그마 방의 구조적 안정성이 크게 손상되며, 더 이상 그 위를 지탱할 힘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각은 마치 바닥을 잃은 천장처럼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그 결과, 지표면에는 수 킬로미터에서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함몰 지형이 형성된다.

비록 종종 "화산 분화구"라 불리기도 하지만, 칼데라는 단순한 분화구가 아니다. 이것은 침강과 붕괴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대규모 싱크홀에 가깝다.

화산 폭발은 매년 수백 번씩 발생하지만, 칼데라가 형성될 정도의 붕괴는 지질학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건이다. 수천 번의 화산 분출 중 단 몇 번만이 칼데라를 형성할 정도의 거대한 붕괴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1911년부터 2018년까지, 지구상에서 칼데라 붕괴가 확인된 사례는 단 8번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8년 하부 푸나 분화 당시,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정상에서 발생한 칼데라 붕괴이다.

3. 칼데라의 종류[편집]

3.1. 폭발적 칼데라[편집]

파일:1000000128.jpg
폭발적 칼데라의 모범적인 유형인 탐보라 칼데라
폭발적 칼데라의 탄생은 행성의 격변, 지구의 분노가 불길로 솟아올라 새로운 역사를 쓰는 순간이다. 이 현상은 실리카가 풍부한 마그마 방에서 비롯된다. 실리카가 많은 마그마는 점성이 높아 쉽게 흐르지 않으며, 그 속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가스가 갇혀 있다. 이 마그마가 지표로 다가오는 순간, 압력의 감소로 인해 가스는 폭발적으로 방출되며, 마그마는 조각나 불길과 함께 하늘로 솟구친다.

처음에는 거대한 화산재 기둥이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그러나 폭발이 계속될수록 그 거대한 기둥조차 공중에 머무를 수 없게 되고, 결국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와 암석들이 지상을 뒤덮으며 치명적인 화쇄류(Pyroclastic Flow)를 형성한다. 이 화쇄류는 마치 불의 바다처럼 산을 타고 흐르며,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생명을 앗아간다.

이러한 대격변은 지구의 표면을 영원히 바꾸어 놓는다. 옐로스톤 칼데라가 마지막으로 분출한 65만 년 전, 1,000 입방킬로미터에 달하는 화산재가 하늘로 솟구쳤고, 북아메리카 대륙의 상당 부분이 2미터 두께의 화산재로 뒤덮였다. 그러나 이조차도 지구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분출과 비교하면 작은 사건일 뿐이었다. 라 가리타 칼데라는 약 2,780만 년 전, 5,000 입방킬로미터에 달하는 마그마를 뿜어냈다. 그것은 단순한 폭발이 아닌, 한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지질 시대를 여는 대격변이었다.

폭발 후, 거대한 마그마 방은 텅 비어버리고, 그 위의 지각은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한 채 가라앉아 거대한 칼데라를 형성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거대한 분지는 화산재와 용암으로 채워지며, 마치 상처 위에 새살이 돋듯 새로운 대지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마그마가 지하에서 꿈틀대며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3.2. 비폭발적 칼데라: 조용한 침몰, 그러나 거대한 변화[편집]

파일:1000000130.jpg
비폭발적 칼데라의 모범적인 유형인 킬라우에아 칼데라
그러나 모든 칼데라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하와이 제도마우나로아킬라우에아 같은 순상 화산들은 실리카 함량이 낮은, 유동성이 높은 마그마를 분출한다. 이 마그마는 폭발적으로 터지는 대신, 거대한 용암 흐름을 통해 마그마 방을 서서히 비워낸다. 결국, 지표면이 점진적으로 가라앉아 칼데라를 형성하는데, 이를 침강 칼데라(Subsidence Caldera)라고 한다.

이런 유형의 칼데라는 격렬한 폭발 대신, 마치 지구가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듯 천천히 형성된다. 페르난디나 섬의 칼데라는 1968년, 지표가 350미터나 가라앉으면서 형성되었다. 이는 단순한 침몰이 아닌, 지구 내부의 끝없는 움직임이 남긴 흔적이었다.

3.3. 칼데라의 재생: 솟아오르는 새로운 땅[편집]

파일:1000000129.jpg
산토리니 칼데라 중심의 화산 재생체
파일:1000000131.jpg
마자마 산 칼데라의 화산 재생체
때때로, 마그마가 다시 칼데라 아래로 스며들면서 그 중심부가 서서히 솟아올라 화산돔이 생기거나 칼데라 형성 이 후 소규모 분화가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새로운 화산체가 생성되고는 하는데, 이를 재생 칼데라(Resurgent Caldera)라고 한다. 바예스 칼데라, 토바 호수, 옐로스톤, 세로 갈란 등은 모두 과거의 파괴를 딛고 일어난 대표적인 칼데라들이다

4. 칼데라의 유산: 파괴와 창조의 경계에서[편집]

칼데라는 대지를 무너뜨리는 힘이지만, 그 것이 끝이 아니다. 오히려 칼데라의 형성은 새로운 지형과 생태계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이기도 하다. 한때 뜨거운 마그마가 가득 차 있던 심연은 이제 거대한 함몰 분지로 변하며, 시간과 자연의 손길에 의해 서서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칼데라의 깊은 함몰부에는 비와 지하수가 차오르면서 거대한 칼데라 호수가 형성되기도 한다. 과거의 화산이 남긴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 덕분에, 이곳은 놀랍도록 비옥한 생태계를 품을 수 있는 터전이 된다. 거친 용암 대지 위에 생명이 깃드는 과정은 느리지만 장엄하다. 최초로 자리 잡는 것은 미생물과 이끼 같은 단순한 생명체들이지만, 이들이 죽고 분해되면서 서서히 더 많은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몇 세기가 지나면, 이곳에는 푸르른 숲이 펼쳐지고, 동물들이 서식하는 새로운 낙원이 탄생한다. 과거의 칼데라들이 그러했듯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많은 아름다운 호수와 분지는 사실 먼 옛날 대격변 속에서 태어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토바 호수, 미국 오리건주의 크레이터 호, 일본의 아소 칼데라—이 모든 장소가 한때 거대한 화산의 붕괴로 인해 생겨난 곳들이다.

그러나 칼데라는 단순한 붕괴가 아니다. 그것은 지구가 스스로를 조율하는 방식이며, 창조와 파괴가 공존하는 지질학적 대서사시의 한 장면이다. 대지는 붕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생명은 그 폐허 위에서 다시금 꽃을 피운다. 마치 불길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처럼, 칼데라는 파괴를 넘어 새로운 생명의 터전을 마련하는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는 가장 강렬한 증거다.

5. 관련 문서[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