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랜드판

포클랜드판은 고생대부터 중생대에 걸쳐 여러 지질 단위들이 형성된 복합적인 지각 조각으로, 원래는 남아프리카의 남서쪽에 있다가 이후 회전하며 떨어져 나왔을 가능성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미소판은 남아프리카와 남극, 그리고 포클랜드 섬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암석, 화석, 화산암, 고자기 자료들을 통해 그 이동 경로와 기원을 밝혀낼 수 있다.

포클랜드 섬에서 확인된 빙하 퇴적층은 남아프리카에 있는 드위카 지층과 매우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는 두 지역이 과거에 같은 빙하 환경 속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말비노카프릭이라는 고생대 화석군도 발견되었는데, 이는 남아프리카의 복커펠트 지층에서 확인된 것과 동일한 종류로, 이 역시 두 지역이 하나의 대륙에 속해 있었음을 알려준다. 이처럼 포클랜드 섬과 남아프리카 사이에는 고대의 지리적 연결을 보여주는 확실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포클랜드 섬에는 카루 계열의 현무암질 암맥이 뻗어 있으며, 이들은 중생대 대륙 분열 당시의 화산 활동과 관련된 것이다. 이와 같은 암맥은 남아프리카, 남극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당시에 대륙 전체에서 일어난 대규모 화산 활동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암석의 분포는 지구 자기장이 오래된 암석에 남긴 흔적인 ‘고자기’ 자료와 함께 포클랜드 미소판이 과거에 시계방향으로 돌았다는 가설과 맞아떨어진다. 연구에 따라 회전한 각도는 다르게 제시되지만, 보통 120도에서 160도 사이로 추정된다.

이 판의 지각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포클랜드 대지를 이루는 지각은 육지 지각과 바다 지각, 그리고 맨틀의 일부가 섞인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대지 내부에는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길게 뻗은 세 개의 큰 균열대가 있으며, 이들이 대지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있다. 이런 구조는 포클랜드 내부에서도 다양한 지질 형성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대지 안에는 벌클리 융기, 볼런티어 분지, 핏츠로이 분지와 같은 여러 지형 단위가 구분되어 있다. 자기장과 중력 측정 자료를 통해 이 대지는 다시 A, B, C라는 구역으로 나뉘며, 각각 지각의 구성이나 두께가 다르다.

포클랜드 서쪽 바다에서는 중력이 낮게 측정되는 구간이 있는데, 과거에는 이 부분이 다른 대륙과 충돌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이것이 충돌이 아니라 지각이 가라앉으면서 생긴 분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단면 분석 결과 이 지역은 남아프리카 남부의 케이프 습곡대와 매우 비슷한 모양을 보이며, 이는 충돌보다는 오래전 지각의 변형 작용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자기장 분포 역시 큰 화산암체가 이곳에 존재했음을 암시하며, 과거의 고온 환경이나 지각 활동과 연결된다.

포클랜드 섬 남서쪽의 케이프 메러디스 지괴에서는 시추를 통해 깊은 지각에 해당하는 화강암과 변성암이 발견되었는데, 이 암석들은 남아프리카 남부의 나마콰 지괴에서 나타나는 암석들과 거의 같다. 이를 통해 포클랜드 미소판의 기반암이 원래 남아프리카와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해안 모래에서 발견된 붉은 석류석은 카루 분지에서 흘러온 것으로 보이며, 석회암 자갈 속 화석은 남극의 산맥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아, 이 물질들 역시 포클랜드가 과거 곤드와나 대륙 안에서 다른 대륙들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이 모든 자료들을 종합하면, 포클랜드판은 고생대에는 남아프리카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었으며, 중생대 대륙 분열과 함께 천천히 떨어져 나와 지금의 자리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옆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일정 각도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이동했으며, 이러한 회전과 이동 경로는 암석의 분포, 단층의 방향, 전단대의 구조, 고자기 자료 등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포클랜드판은 곤드와나 대륙 분열의 퍼즐을 맞추는 데 중요한 조각이자, 남대서양의 판 이동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