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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1. 개요2. 에레부스 열점과 맨틀 플룸 이론
2.1. 논란의 중심: 맨틀 플룸이 아닌 다른 원인?
3. 미지의 열점, 그 끝없는 불꽃4. 관련 문서

1. 개요[편집]

파일:Mount_Erebus_Aerial_2.jpg
에레부스 산의 정상부 모습
파일:Mt_Erebus,_Antarctica_(ASTER).jpg
나사에서 촬영한 에레부스 산
혹한의 대지에 타오르는 불꽃, 에레부스 열점

남극 대륙의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얼어붙은 바다와 하얀 대륙이 끝없이 펼쳐진 로스 섬을 지배하는 거대한 화산이 하늘을 향해 불길을 내뿜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에레부스 열점(Erebus Hotspot)이 자리하고 있다.

에레부스 열점은 지구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엄청난 열과 압력이 지표로 분출되는 현상의 일부로, 단순한 화산 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남극 대륙을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시켜 온 지각 운동의 증거이며, 남극 대륙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활동을 보이는 에레부스 산을 형성한 근원이다. 이 열점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은 곧 지구의 내부를 이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2. 에레부스 열점과 맨틀 플룸 이론[편집]

전통적인 이론에 따르면, 에레부스 열점은 맨틀 플룸(mantle plume)의 결과물로 해석된다. 맨틀 플룸이란 지구 깊은 곳에서 뜨거운 맨틀 물질이 기둥 형태로 상승하여 지각을 뚫고 화산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하와이 제도와 아이슬란드의 화산 활동이 대표적인 예로, 이 지역들도 맨틀 플룸의 영향을 받아 활발한 분출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주요 증거가 존재한다.
  • 화산 암석 성분: 에레부스 산과 로스 섬의 화산 암석은 **동아프리카 지구대(East African Rift)**의 화산들과 유사한 조성을 보인다. 이는 깊은 맨틀에서 공급된 마그마가 표면으로 올라왔음을 시사한다.
  • 비정상적으로 높은 열류(heat flow): 이 지역에서는 지표에서 방출되는 열이 평균적인 남극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지구 깊은 곳에서 열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지진파 연구: 지진파 분석 결과, 깊이 400~1000km에 달하는 거대한 열기둥 구조가 감지되었으며, 이는 맨틀 플룸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단서로 여겨진다.
  • 오랜 지속성: 최소 400만 년 이상 지속적인 화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지각 균열에 의한 화산보다는 깊은 맨틀에서 끊임없이 마그마가 공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에레부스 열점이 맨틀 플룸과 일치하지 않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2.1. 논란의 중심: 맨틀 플룸이 아닌 다른 원인?[편집]

일반적으로 맨틀 플룸이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각이 이동함에 따라 화산의 위치가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에레부스 열점은 최소 수백만 년 동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전형적인 맨틀 플룸 이론과 맞지 않는 현상이다.

또한, 지진파 분석을 통해 맨틀 플룸이 존재한다면 보여야 할 대류 셀[1](convection cell)이 감지되지 않았다. 대신, 길게 늘어진 구조가 관측되었으며, 이는 맨틀 플룸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한 열점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일부 연구자들은 에레부스 열점이 맨틀 플룸이 아니라, 지각의 균열과 변형으로 인해 형성된 것일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1억 년 전 백악기 후기 동안 남극 대륙의 지각이 확장되면서 깊은 곳에서부터 균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녹은 마그마층이 지각 아래에 형성되었고, 이후 약 4000만 년 전 지각 변형이 다시 일어나면서 균열과 단층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균열을 따라 마그마가 상승하면서 현재의 화산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는 다음과 같다.
  • 서남극 열곡대(West Antarctic Rift System)의 확장: 이 지역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지각이 확장되며 균열이 형성되었으며, 이는 화산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로스 섬 및 주변 해저 지형 분석: 이 지역의 화산 활동은 전형적인 맨틀 플룸보다는 **균열 화산(rift volcanism)**의 특징을 보이며, 이는 지각이 갈라지는 과정에서 마그마가 분출된 것임을 시사한다.

3. 미지의 열점, 그 끝없는 불꽃[편집]

에레부스 열점의 기원이 맨틀 플룸인지, 혹은 지각의 균열 때문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어쩌면 두 가지 이론이 모두 맞을 가능성도 있다. 즉, 맨틀 깊은 곳에서 상승하는 열기둥이 존재하는 동시에, 지각의 균열이 마그마의 이동을 도우며 불꽃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열점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841년 발견된 이후, 에레부스 산은 단 하루도 완전히 잠든 적이 없었다.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용암호(lava lake)는 남극의 혹독한 기후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있으며, 하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대륙 한가운데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이 불꽃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대지의 심장에서 솟아난 원초적인 힘이며, 남극의 얼어붙은 대지 속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불꽃이다. 앞으로 수천 년, 혹은 수백만 년이 지나더라도, 에레부스 열점은 여전히 지구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불길로 남아 있을 것이다.

4. 관련 문서[편집]

[1] 지질학에서 대류셀은 뜨거운 물질이 상승하고 차가운 물질이 내려가면서 순환하는 구조이다. 지구의 맨틀에서도 이러한 대류가 발생하며, 이는 지각 이동과 화산 활동의 원인이 된다.